2013년 2월 3일 일요일

포정해우 - 소 잡는 이의 솜씨와 자세 얘기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 중에서 내가 무척 좋아하는 얘기다. 80년대 중반에 이 얘기를 처음 접했을때 무척 잔잔하게 다가오는 느낌이 있었고 계속 기억을 하게 되었다.



포정해우 - 포정이 소를 잡다.

  "포정이 문해군(양나라 해왕)을 위하여 소를 잡는데 그 손을 놀리는 것이나, 어깨로 받치는 것이나, 발로 딛는 것이나, 무릎을 굽히는 모양이나, 쓱쓱 칼질하는 품이 음률에 맞지 않음이 없었다. 동작 하나하나가 상림의 춤에 맞고  경수의 장단에도 맞았다."  
상림의 춤은 은나라 탕왕이 상림이라는 곳에서 기우제를 지낼 때 춘 춤이며, 경수의 장단이란 요임금 때의 음악이라고 전해지는 함지곡의 한 악장이라고 합니다. 어쨌든 최고의 춤과 최고의 음악을 의미합니다. 그처럼 자연스러운 동작에 탄복하고 조금도 힘들이지 않는 솜씨에 문해군은 감탄합니다.
  
  "참으로 훌륭하구나. 기술이 어찌 이런 경지에까지 이를 수 있단 말인가!" 
포정이 칼을 놓고 대답했다.
  
  "제가 귀하게 여기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도' 입니다. 기술을 넘어선 것입니다. 제가 처음 소를 잡을 때는 눈에 보이는 것이 온통 소뿐이었습니다. 3년이 지나자 소의 전체 모습은 눈에 띄지 않게 되었지요. 지금은 마음으로 소를 대할 뿐 눈으로 보는 법은 없습니다. 감각은 멈추고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입니다. 천리에 의지하여 큰 틈새에 칼을 찔러넣고 빈 결을 따라 칼을 움직입니다. 소의 몸 구조를 그대로 따라갈 뿐입니다. 아직 한 번도 인대를 벤 적이 없습니다. 하물며 큰 뼈야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포정이 이어서 이야기합니다. "훌륭한 포정은 1년에 한 번 칼을 바꾸는데 그것은 살을 베기  때문이며 보통의 포정은 한 달에 한 번 칼을 바꾸는데 그것은 뼈에 칼이 부딪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의 칼은 19년 동안이나 사용하였고 잡은 소가 수천 마리에 이릅니다만 칼날이 날카롭기가 방금 숯돌에 간 것 같습니다. 저 뼈에는 틈이 있고 이 칼에는 두께가 없습니다. 두께가 없는 것으로 틈이 있는 데다 넣으므로 넓고 넓어 칼날을 휘둘러도 반드시 여유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19년이나 사용했지만 방금 숫돌에 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막상 뼈와 심줄이 엉긴 곳에 이르러서는 저도 조심하여 눈길을 멈추고 천천히 움직이며 칼 놀리는 것도 매우 미묘해집니다. 그러다가 쩍 갈라지면서 마치 흙덩이가 땅에 떨어지듯 고기가 와르르 헤집니다."
문혜군은 포정의 말을 듣고 "양생의 도를 터득했구나" 하고 감탄합니다.




수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잔잔하게 마음 한쪽에 다가오는 얘기다.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를 신영복 님의 책  <강의> 중에서 한 부분을 옮겼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